모터스포츠, 한국 사회의 시선과 현실
“못된 양아치, 외톨이” 패션과 자동차로 일상이 화제가 되는 ‘인사이더’ 지드래곤(GD)이 소속된 그룹 빅뱅의 노래 ‘루저’에 나오는 단어입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듣는 순간 모터스포츠가 떠올랐습니다. 한국에서 모터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과 모터스포츠의 현실을 잘 설명해준다고 여겨서입니다. 한번 기억을 되새겨 볼까요. 남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머플러 터지는 소음을 터트리며 도로를 질주하는 폭주족, ‘제빵왕’이 된 것처럼 도로에 도넛 자국을 남기고 귀신소리 같은 비명을 내지르는 드리프트족 등의 ‘민폐’가 뉴스에 나올 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딱 ‘양아치’입니다. 오토바이 폭주족 뺨치는 아주 못된 양아치죠. 아들·딸,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레이싱카 흉내를 내기 위해 요란하게 튜닝한 차를 타고 한밤중에 나가거나 이들과 어울린다면 밥 싸들고 말려야 할 수준입니다. 가족까지 주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어서죠.
모터스포츠의 태동과 성장, 그리고 좌절
사실 국내 모터스포츠는 40여년에 전에 태동했습니다. 프로야구보다 ‘겨우’ 5년 늦게 시작됐을 뿐입니다. 국내 모터스포츠 시초는 1987년 강원도 진부령~용평 구간에서 열린 ‘제1회 한국 자동차 경기대회’와 1987년 인천 영종도에서 개최된 ‘제1회 그랑프리 코리아 자동차 경주대회’입니다. 서킷 경기는 1995년 용인 자연농원 모터파크(현재 AMG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개장과 함께 시작됐다고 합니다. 나름 뿌리 깊은 역사를 가졌지만 30년 이상 선수들과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풀뿌리도 내리지 못했다는 평가까지 있습니다.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여기지는 국제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도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열렸지만 모터스포츠를 둘러싼 장벽을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죠. 국내 자동차 브랜드들도 홍보·마케팅 효과가 적다고 판단, 생색내기 수준의 지원에만 그쳤습니다.
현대차의 과감한 투자와 모터스포츠의 변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대중적인 자동차 분야 외에 고성능차 분야에서도 그룹 입지를 강화하고 ‘퀀텀점프’(Quantum Jump) 하기 위해서는 모터스포츠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현대차는 비웃음을 뒤로 하고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WRC는 물론 아반떼급 고성능 경주차가 각축전을 펼치는 최정상급 투어링카 대회인 WTCR(월드 투어링카 컵)에도 참가했습니다. 전기차 개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전기차 투어링카 대회인 ETCR(일렉트릭 투어링카 레이스)에도 뛰어들었습니다. 모터스포츠에 필요한 고성능차 기술 개발을 위해 인재 영입에도 공들였습니다. 2015년 영입한 BMW 출신 고성능 모델 전문가인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 본부장(사장)은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인 N과 제네시스 G70 개발 등을 담당하며, 고성능차 기술력을 단숨에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제네시스,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모터스포츠 진출
자신감이 붙은 현대차는 지난해 12월에는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내구레이스 중심의 모터스포츠에 진출시켰습니다. 제네시스만의 고성능 기술력과 미학적 정체성을 집약한 ‘GMR-001 하이퍼카’(GMR-001 Hypercar) 디자인도 공개했습니다.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제네시스의 모터스포츠 진출은 브랜드의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 중 하나”라며 “매 순간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모터스포츠는 우리에게 하이퍼스피드 정신을 가지게 해주면서 대담하고 진보적인 브랜드를 추구하는 제네시스의 가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네시스의 이번 결정은 럭셔리 브랜드로서 BMW M, 벤츠의 메르세데스-AMG, 포르쉐, 페라리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인지도를 높이려면 모터스포츠 진출이 필수라고 판단해서입니다. 내구레이스 중심으로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려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내구성을 높이려는 목적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현대차와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대중화 노력
현대차는 국내 모터스포츠 대중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원메이크(단일차종) 모터스포츠 대회 ‘현대 N 페스티벌’을 통해서죠. 현대차는 지난해 10월27일에는 모터스포츠 문화 발전과 대중화 확산을 위해 토요타와 함께 스피드웨이에서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개최했습니다. 정 회장과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이 직접 행사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정 회장은 출전 선수들을 격려하는 것은 물론 모터스포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존과 부대시설 등도 점검했습니다. 정 회장은 개회사에서 “현대차그룹은 현대 N 페스티벌을 통해 모터스포츠 대중화에 앞장서고 다양한 (고성능) N 모델을 통해 고객들이 운전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N 페스티벌 참여한 여러분들의 뜨거운 열정을 응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토요타의 비인기 모터스포츠 종목 지원
한국토요타는 국내에서 비인기 모터스포츠 종목의 성장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충남 보령에서 매년 5월 열리는 보령·AMC 국제 모터페스티벌을 비수도권 최고 수준의 모터스포츠 행사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 모터 페스티벌은 지난 2011년 아주자동차대학교(아자대)의 봄 축제 기간에 재학생과 동호회가 보유한 튜닝카 120여대를 모아 시작한 ‘튜닝카 페스티벌’이 시초입니다. 메인 행사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국내 모터스포츠에서도 ‘마이너’로 여겨지는 종목들입니다. 서킷에서 열리는 경주대회가 아닙니다. 장애물이 있는 코스를 빠르게 통과하는 ‘짐카나’,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컨트롤 실력을 겨루는 ‘드리프트’, 지형·장애물 통과 능력을 평가하는 ‘오프로드’로 구성됐죠. 양아치 수준의 마니아들이 한밤 중에 도로에서 저지르는 횡포로 ‘극혐 대상’이 되는 종목이기도 하죠.
모터스포츠, 한국 사회의 시선 변화와 미래
척박한 환경을 꾸준히 개간해왔던 관계자들의 노고에 현대차와 토요타의 적극적인 지원이 결합되면서 국내 모터스포츠도 대중성을 확보하기 시작했습니다. 태동한지 40여년 만에 아웃사이더(아싸)에서 인사이더(인싸)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입니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궁금증
Q.한국에서 모터스포츠가 왜 오랫동안 외면받았을까요?
A.모터스포츠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 마니아들의 행패, 그리고 대중성 확보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Q.현대차와 토요타가 모터스포츠 대중화에 기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A.현대차는 WRC, WTCR, ETCR 등 다양한 대회 참여와 N 페스티벌 개최를 통해, 토요타는 비인기 종목 지원과 보령·AMC 국제 모터페스티벌 후원을 통해 기여하고 있습니다.
Q.앞으로 한국 모터스포츠의 전망은 어떨까요?
A.현대차와 토요타의 적극적인 지원, 대중의 관심 증가, 그리고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통해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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