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추락의 해부'의 충격적인 시작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이후 많은 영화감독이 한 사건에 대한 엇갈리는 증언 속에서 진실을 찾아 나가는 작품을 찍어 왔다. '추락의 해부'는 남편의 추락사 후 살인 용의자로 의심받는 아내의 이야기다. 파국에 이른 많은 부부가 그렇듯 두 사람도 처음엔 사랑했다. 기억의 불일치, 진실을 가두다76회 칸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2023)도 기억의 불일치에 대한 탐구다. 이 작품에서 많은 증거는 아내가 남편의 살인범일 것이라고 추측하게 하지만, 그 자체로 결정적인 단서라고 보기에는 모두 2%씩 부족하다. 결국 2%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각 단서를 조합해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뭉치는지에 따라 아내는 범인으로도 보이고, 누명을 쓴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