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추락의 해부'… 남편 죽음 뒤 숨겨진 아내의 추악한 진실
영화 '추락의 해부'의 충격적인 시작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이후 많은 영화감독이 한 사건에 대한 엇갈리는 증언 속에서 진실을 찾아 나가는 작품을 찍어 왔다. '추락의 해부'는 남편의 추락사 후 살인 용의자로 의심받는 아내의 이야기다. 파국에 이른 많은 부부가 그렇듯 두 사람도 처음엔 사랑했다.
기억의 불일치, 진실을 가두다
76회 칸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2023)도 기억의 불일치에 대한 탐구다. 이 작품에서 많은 증거는 아내가 남편의 살인범일 것이라고 추측하게 하지만, 그 자체로 결정적인 단서라고 보기에는 모두 2%씩 부족하다. 결국 2%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각 단서를 조합해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뭉치는지에 따라 아내는 범인으로도 보이고, 누명을 쓴 것으로도 보인다. 과연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작품의 주요 고민이 된다.
검사가 제시한 증거, 아내를 조여오다
이야기는 어느 날 남편 사뮈엘이 집 바깥으로 추락사하면서 시작된다. 그날 같은 집에 있었지만 남편이 떨어지는 모습을 목격하진 못했다는 것이 아내 산드라의 주장이고, 검사는 산드라가 배우자를 창 밖으로 밀었을 것이라고 맞선다. 검사는 산드라가 남편을 죽였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는 산드라가 모욕적이라고 느낄 만큼 궁지로 몰아간다.
결혼 생활의 불충실함, 양성애와 외도
왜냐면 산드라가 아내로서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가 있어서다. 먼저 산드라는 결혼생활 도중 여성과 외도했다. 산드라는 양성애자였던 것이다. 남편이 죽는 날도 다른 여성과의 관계가 문제가 됐다. 유명작가인 산드라를 한 여학생이 인터뷰하러 집에 찾아왔고, 산드라가 인터뷰보다는 학생에게 관심을 보이자 남편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와 같은 정황은 학생의 인터뷰 녹음 파일에 담겼다.
남편을 감정적으로 방치한 아내
또 다른 증거는 산드라가 남편을 감정적으로 방치했단 것이다. 사실 이 집엔 후천적 시각장애인인 11살 아들이 있는데, 남편은 아들의 장애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들이 교통사고로 시각장애를 얻게 된 날, 남편이 늦게 데리러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속죄하듯 자기 삶을 아들에게 쏟아부었지만 본인의 못 이룬 꿈을 향한 아쉬움도 그대로였다.
표절 논란과 남편의 절망
게다가 아내는 남편의 가장 좋은 아이디어를 자기 글로 출판한 적도 있었다. 검사는 이를 표절이라고 규정지었다. 남편은 글이 안 써지는 날마다, 다시 말해 매일매일 그 ‘표절 사건’을 언급했다. 최상의 구상을 빼앗겼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무엘이 추락사했다는 사실은 안내견과 산책을 다녀오던 아들이 가장 먼저 알아챘다.
아내의 변론, 남편 또한 피해자는 아니다
아내의 시각에서 보면 이 모든 사건은 조금씩 결이 다르다. 일단 자신이 혼인 외적으로 관계를 맺었던 것은 아들의 실명 이후 생긴 마음의 혼란을 어떻게든 잠재우기 위해서란 해명이다. 설사 부부관계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한들, 그것이 살인의 증거로 채택될 수는 없지 않는가.
진실의 선택, 아들의 증언
아들이 엄마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다. 그건 아버지가 어느 날 차를 타고 돌아오다가 안내견 스눕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다. “스눕도 언젠가 아플 수 있어. 죽을 수도 있고. 스눕 입장 생각해봤어? 네가 뭘 원하는지 이해해야 하고 네 움직임도 예상해야 하고. 위험 요소도 파악하고. 네게 필요한 걸 짐작하고. 피곤할 수 있어. 늘 남들만 챙기다가 못 견디겠다 싶을 때가 올 수도 있지. 떠나야 하면 떠나겠지. 각오는 해둬. 힘들 테니까. 그래도 인생 안 끝나.”
아들의 선택이 던지는 질문
아들이 엄마의 손을 든 건 우리가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볼 거리를 던진다. 부모, 그리고 배우자로서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삶을 유지해나가려는 의지’라는 것이다. 가족을 아무리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은 부모와 배우자로서의 자격이 부족한 것일지 모른다. 그보다는 차라리 산드라처럼 가족에 대한 사랑의 농도가 좀 낮더라도, 삶의 의지가 뚜렷한 쪽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흐릿하게나마 언제든 곁을 지킬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 삶의 의지를 선택한 아들, 그리고 남겨진 숙제
여러 진실을 놓고 고민하는 동안, 11살 아들은 어떤 의미에서 어른이 돼버린 것 같다. '추락의 해부'는 우리에게 진실을 찾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에 대한 궁금증, Q&A
Q.영화 '추락의 해부'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A.남편의 추락사 후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아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기억의 불일치, 증거, 그리고 가족 간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Q.아내는 정말 남편을 죽였을까요?
A.영화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여러 증거들이 아내를 범인으로 의심하게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부족합니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Q.결말은 어떻게 되나요?
A.아들은 어머니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고, 아내는 무죄로 풀려납니다. 하지만 영화는 진실에 대한 완전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열린 결말로 마무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