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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vs 달러, 깎아줄래 빌려줄래? 통화 스와프, 한국 경제의 '안전판' 될 수 있을까?

냉장고13 2025. 9. 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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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억 달러, 한국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3,500억 달러 얘기입니다. 미국은 15% 관세를 매기고, 한국은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한다, 여기까지는 합의가 됐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미국은 3,500억 달러를 대부분 현금으로 투자하라고 요구합니다. 지금 환율로는 490조 원 정도, 한국 정부 1년 예산의 70%가 넘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어디에 투자할지도 미국이 정하고, 이익도 90%까지 미국이 가지겠다고 합니다. 상대가 미국이 아니었다면, 진작 몇 번이고 판이 깨졌을 겁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고율 관세를 그대로 맞고 있기도 난감합니다.

 

 

 

 

통화 스와프, 위기의 '구원투수' 될 수 있을까?

이러던 중 새로운 카드가 등장했습니다. 한국이 미국에 '통화 스와프' 체결을 제안한 겁니다. 통화 스와프는 국가 간 '통화 맞교환 계약'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통화 스와프를 맺는다면, 맞교환은 이런 식으로 이뤄집니다.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에 원화를 담보로 맡깁니다. 동시에 그만큼의 달러화를 받습니다. 만기가 되면 달러를 돌려주고, 원화를 받아옵니다. 한마디로 줄이면, '원화 줄게, 달러 다오' 입니다. 원화와 달러를 교환하는 비율은 미리 정해둡니다. 환율이 급변해도 큰 걱정이 없습니다.

 

 

 

 

외환보유액의 '84%'… 한국 경제, 벼랑 끝에 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약 4,162억 달러입니다. 3,500억 달러는 전체의 84%에 달하는 돈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통장에 천만 원이 있습니다. 840만 원을 선뜻 쓸 수 있을까요. 어지간한 배포라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런 선택을 미국으로부터 강요받고 있습니다. 그렇게 많은 달러가 한국에서 빠져나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자명합니다. 한국에 달러가 귀해집니다. 귀한 건 비싸집니다. 1달러의 값이 폭등할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뛸 수 있습니다. 올해 내내 원·달러 환율 매우 출렁였습니다. 계엄에… 관세에…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하루 평균 환율이 9.7원 오르내린 날도 있었습니다. 2022년 11월 이후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이럴진대, 외환보유액의 84%가 빠져나가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통화 스와프, '마법의 해결책' 될까?

그런데 통화 스와프를 맺으면? 한국은 원화를 미국에 몽땅 갖다줍니다. 원화는 우리 돈이니 찍어내는 데 부담이 적습니다. 대신 달러를 미국에서 뭉치로 빌려옵니다. 그렇게 빌린 달러로 미국에 투자합니다. 결국, 미국에서 빌린 달러로, 미국에 투자하는 모양새가 됩니다. 한국 정부의 외환보유고를 굳이 헐어 쓸 필요가 없습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영업부 수석 차장은 "미국이 요청하는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어느 정도의 '안전판'을 만들겠다는 측면에서 요청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문 수석 차장은 "3,500억 달러를 바로 외환보유고에서 빼서 넣으면 사실상 우리 정부가 운용하거나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유동자금 자체가 메마르기 때문에, 미국의 달러를 빌려서 투자하게 되면 사실 외환보유고를 쓰지 않고 계약상으로만 달러를 차입하고 다시 투자한 뒤 스와프를 풀 수 있다. 사실상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이동은 거의 없는 것"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무제한 스와프, '승부수'일까 '공갈포'일까?

그렇다면, 한국은 달러를 얼마까지 바꾸자고 요구했을까요? 규모도 기간도 '무제한'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시 말하면, ' 상설 통화 스와프'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례가 없는 요구입니다. 왜? 일본 때문입니다. 일본은 최근 미국과 '역대급' 합의를 했습니다.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 투자에 5,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지르기로 했습니다. 우리 돈 760조 원입니다. 아무리 일본이 한국보다 큰 나라고, 외화보유액이 3배 정도 많다고 해도,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였습니다. 일본이 대체 왜? 이런 합의를 했는지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의견일치를 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본은 믿을 구석이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미국과 상설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있습니다. 엔화를 무진장 미국에 갖다주면, 무진장 달러를 빌려, 그 달러로 미국에 투자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무제한 스와프가 있는 일본 vs 무제한은커녕 1도 없는 한국' 왜 일본은 했는데 한국은 안 된다고 하느냐?'고 미국에서 묻는다면, 그게 가장 큰 차이인 것입니다. 어제(19일) 미국에 갔다가 귀국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 이번에 일본과 한국은 다르다는 부분을 최대한 설명하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때만…

문제는 미국의 뜻입니다. 한국이 아무리 요구해도, 미국이 거절하면 끝입니다. 미국이 앞서 체결한 상설 통화 스와프의 상대국을 볼까요? 스위스, 영국, 캐나다, 일본, EU입니다. 모두 기축 통화국이거나,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등 높은 외환시장 개방성을 가진 국가들입니다. 무제한 혹은 상설 스와프를 한국과 체결해 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기축 통화가 아니면 아예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비상시'엔 체결해 왔습니다. 한국은 두 차례 있었습니다. 한 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300억 달러, 그리고 두 번째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60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다만, 미국이 한국만 콕 집어 스와프를 체결한 건 아닙니다. 2008년엔 한국 외에 브라질과 멕시코, 싱가포르까지 모두 4개 국가, 그리고 2020년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등 모두 9개 국가 중앙은행과 맺었습니다. 이들 국가 외환시장의 위기가 곧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국은 비상 상황이라 하더라도 미국의 이익이 있을 때만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왔던 거죠. 게다가 통화 스와프는 각국 중앙은행 간의 계약이고, 정말로 비상시 안정 조치의 일종이라, 이런 통상 협상 의제로 올라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한국, 무엇을 원하나?

한국이 이를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도대체 무엇을 원하길래 이런 제안을 한 걸까요?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 정부는 달러 스와프의 규모와 관계없이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미국이 원하는 투자 분야에 지원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시점, 한국의 지상과제는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3,500억 달러라는 투자 규모를 줄이는 것입니다. 도저히 못 줄인다면, 외환 시장 안정을 위해서 적어도 그걸 현금으로, 다시 말하면 한국의 외화보유액을 소진하는 방식으로 낼 수는 없다는 겁니다. 장 원장은 "제가 볼 땐 정부가 여러 가지 카드를 함께 쓰는 것 같다"며 "상설보다는 일정 금액 범위 내에서 달러 스와프를 허용하는 방식이 좀 더 유력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투자를 완료하겠다고 한 일본과 달리 투자 기간도 늘리는 등 국내 영향을 최소화할 추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정리하면 통화 스와프 제안은 한국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제안이자, 필요로 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카드인 셈입니다. 결국 통화 스와프를 실제로 할지, 한다면 얼마로 할지는 한국과 미국의 통상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와 맞물려 결론이 날 전망입니다.

 

 

 

 

결론: 통화 스와프, 한국 경제의 '게임 체인저' 될까?

3,500억 달러 투자 요구에 직면한 한국, '통화 스와프' 카드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지만, 미국의 입장이 변수. 무제한 스와프 요구는 일본과의 비교, 한국의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는 제스처.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있다.

 

 

 

 

궁금증 해결! 자주 묻는 질문

Q.통화 스와프란 무엇인가요?

A.국가 간 통화 맞교환 계약으로, 외환 시장의 안정을 위한 비상 조치입니다. 한국은행이 원화를 담보로 미국 연준으로부터 달러를 빌려오는 방식입니다.

 

Q.왜 한국은 통화 스와프를 제안했나요?

A.3,500억 달러 현금 투자 요구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외환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입니다. 일본과의 비교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Q.미국이 통화 스와프를 수락할 가능성은?

A.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왔습니다. 한국의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이며, 협상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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