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다시 모인 법관들
MBC는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열린 두 차례 전국법관대표회의의 회의록을 입수했습니다. 지난 6월 30일, 두 번째 회의에서 한 판사는 법원의 '방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까 봐 걱정했습니다. 이날 회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아직 21대 대선 후보 신분일 때 결과가 나온 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판결을 주제로 열렸습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판결문에 반대의견을 적은 대법관들은 사실상 시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음날부터 판사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내부망에 비판글이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개인 생각을 알리는 것을 꺼리고, 특히 재판과 판결에 대해서는 더욱 의견 표명에 조심스러운 판사들에게는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표결, 그리고 다시 부결
법관대표 판사들이 모여 논의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대선을 앞둔 5월 26일 임시회의를 열었습니다. 판사들은 이번 사안 관련해 공통된 의견을 발표할지 토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법관 대표들은 표결을 미뤘습니다. 대선 전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대선 이후 연 6월 30일 회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90명이 원격 회의로 모여 5가지 안건을 찬반 투표에 부쳤지만, 모두 부결됐습니다. 안건의 갈래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사법 불신, 재판 독립. 먼저 전자는 대법원 판결로 초래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의문에 응당 답해야 한다는 의식입니다. 후자는 그러한 의문 제기가 정치권의 사법부 개혁 시도로 이어지는 데 대한 반응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두 가지 다 의견을 내지 않게 된 겁니다.
침묵을 택한 이유
한 법관은 이 사안에 어떠한 의견을 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부와 대법원장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사실상 침묵했습니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에 대한 비판은 없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먹을 들어올리며 구치소에서 걸어나오던 때 많은 이들이 느낀 무력감과 분노. 이번 사법 개혁 논의는 그때 일이 불씨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판사는, 침묵의 이유를 세 가지로 진단했습니다. 첫째, 현재 상황을 판사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관심했던 것 같다. 둘째, 지나치게 법원 내·외부 눈치를 보지 않았나 싶다. 셋째, 그동안 꼭 목소리를 내야 했던 경우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거나 않았던 경험이 있다.
신뢰와 독립, 그리고 법관회의의 미래
판사들이 의견을 내지 않기로 택한 안건은 두 갈래였습니다. 사법 불신과, 재판 독립. 하지만 신뢰 없이 독립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요. 헌법 제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판결 과정과 절차에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것일까요. 대법원장 특검·탄핵 시도에 대한 비판 입장을 밝히자는 안건에 대해 한 판사는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그는 사법부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국민의 감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듯한 인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사법 신뢰를 위한 질문
서울 소재 법원의 한 판사는 사법 불신과 재판 독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법원은 삼권분립의 세 축 중 민주적 정당성이 가장 약합니다. 국민들로부터 선출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법원은 강제력도 없습니다. 법원은 판결을 내리지만, 그 판결 내용을 현실로 만드는 건 행정부입니다. 민주적 정당성도 크지 않고, 강제력도 없는 법원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때문입니다. 그 신뢰는 판사들이 내리는 판단은 절대적으로 옳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닙니다. 적어도 판사들은 양쪽 당사자들에게 자기주장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줄 것이고, 그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며, 어느 쪽에 과하게 치우치지 않고 판단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핵심만 꿰뚫는 한 줄 요약
대법원 판결 이후, 침묵을 지킨 판사들의 숨겨진 이야기. 사법 신뢰와 재판 독립 사이에서 고뇌하는 법관들의 모습과 그들이 마주한 현실을 조명합니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과 답변
Q.판사들은 왜 침묵을 선택했나?
A.상황에 대한 인식 부족, 외부의 시선, 그리고 과거의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Q.사법 신뢰는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A.재판의 공정성, 일관성,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국민들의 비판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Q.법관회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A.사법 불신과 재판 독립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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